[경험담] 포병 관측장교 후배님들께 드리는 소소한 팁

2019. 3. 16. 02:05초임 포병장교 꿀팁

지난번 포병 교육장교에 관한 포스팅​을 잠깐 했었는데, ​애써 잊고 있었던 옛 부대생각도 나고 해서 ... 소위 시절동안 포병대대 관측장교로 임무수행 하며 겪고 느꼈던 것들, 그리고 관측장교 임무를 부여받으신 후배장교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간단한 팁 같은 것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날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3월인데, 포병 병과를 받은 초임장교라면 상무대 초군반(OBC)​에서 포병에 대한 기초 교육을 받고 계시리라 예상됩니다. 첫 자대 배치전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을 반반씩 갖고 말이죠...


​​​1. 초군반(OBC)

사실 전역을 하고나니 초군반 때의 기억은 많이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힘들고 괴로운 ​자대 시절이 기억에 잘 남는듯 합니다. 하지만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던 것은 확실합니다. 체력이 부족하신 분들은 체력을 단련할 수도 있고, 결혼하실 분들은 아에 이때 해두시면 엄청난 축의금...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때 체력 3종 세트(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3km 뜀걸음)를 특급을 만들어 두었는데 자대에서 의외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네요.

아무쪼록 초군반은 크게 말씀드릴 부분은 없으나, 그나마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자대에 가서 맡게될 보직의 ​교범과 다루게 될 ​장비에 익숙해 지는 것이 좋습니다. 관측장교의 경우 관측 교범이나 TAS-1K의 사용법 정도가 되겠네요. 어차피 자대가면 포술 경연대회를 준비하며 ​신나게밤새며 연습하게 될 테지만, 관측반 앞에서 교리와 장비에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신다면, 그들에게서 신뢰를 받기도 어렵고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아무리 난 단기장교다 칼전역이다 하더라도 이 때 한 번만 제대로 배우고 익숙해지면, 후에 자기계발 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초군반때 제 주위엔 의외로 자격증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영어 점수 만들어 놓는다, 한국사 자격증 딴다 해서... 하지만 실상 자기가 해야할 일을 똑바로 안하고 제대로 잘 되는 사람은 못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주위는 그런 것 같네요.

관측 교범과 TAS-1K 장비 숙달 정도만 익숙해지시면, 다른 자기계발 하는건 매우 추천드립니다.

아무튼 초군반은 저축도 꾸준히 잘 하시고, 쓸데없는 보험 여러개 가입하지 마시고, 사지 멀쩡하게 잘 수료하시면 된거라 생각합니다.


​​2. 자대

제 자대는 K55 자주포를 주력으로 하는 보병사단 예하 포병연대 소속 포병대대 였습니다. 최근엔 2사단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씁쓸하네요.

제가 있는 부대는 진급에 열렬한 관심이 있으신 고속진급의 달인 대대장이 계셨습니다. 예비 사단인 만큼 정비주 몇 주 빼고는 거의 매주 훈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대는 부대​사정이니 그냥 받아들이시​포대 나름의 재미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크게는 ​​사단의 존재이유​​부터, 대대의 임무​​(보병연대 지원), 내가 속한 포대는 보병연대의 몇 대대를 지원하는지, 지원 대대의 가용한 화력(소총, 박격포)​에서부터 근본적으로는 내가 부대에 존재하는 이유(전시에 해야할 일)를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알아보다보면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위 때는 몰라도 별 갈굼을 안받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신나게 물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위에 언급했던 작계와 관련된 사항은 ​작전장교​정보과장에게 물어보면 신나게 알려줍니다(...) ​거시적인 작계를 이해하고, 포대에서의 전시 때 나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노력해보세요.


​​2-1. 소속

포병대대는 세 개의 포대와 한 개의 본부포대로 이루어집니다. 한 포대에는 6문의 포가 있습니다. 관측장교는 전시 때는 관측반과 함께 보병대대로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TAS-1K를 갖고 넘어가 포대의 눈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평시에는 포대 소속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이말인 즉슨, 평시엔 관측할 일이 없으니 ​포대의 행정담당이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한글 프로그램과 이 때 엄청난 친분을 쌓았습니다(...) 보통 전포대장의 업무를 도와주는 식으로 부대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짬이 좀 생기면 전포대장 휴가시 대리임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포대장은 보통 다른 포대장들과 대대장과 만나며 포대 내부보다는 외부에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포대 간부는 꽤 많은데 전포대의 장인 ​전포대장부터, 각 포반별로 하사급 ​포반장이 붙고 기준포인 ​3포반장은 중사급이 맡습니다. 그 위에는 ​전포사격통제관(중사)과 ​행정보급관(중사~상사)이 있습니다. 부사관 수가 장교 수보다 많아 친분을 유지하시는 것이 상당히 유리하고, 적어도 적을 만들어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직근무 협조할 때는 더군다나...

​포대에서 관측장교의 힘은 매우 약한 편입니다.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관측반 숫자가 포반보다 적기도 하여 자칫하면 포대의 아웃사이더가 되기 쉬운 병력인데, 적은 병력이지만 잘 챙겨주시길 바랍니다.

관측소 점령하러 올라갈 때나 보병연대 가면 함께 ​TAS-1K를 끌어안고 자고먹고 하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바로 호국훈련을 뛰었는데 이 때 2주간 밖에서 숙영하면서 관측반과 많이 친해졌던 것 같네요, 몸은 힘들어도 야외 훈련(특히 숙영)이 병력들과 친해지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2-2. 그 다음 보직에 관한 준비

보통 관측장교를 맡게 되었다면 만 1년 정도를 하게 되는데, 별 일이 없으면 ​소위는 1년 후 자동 중위 진급을 하게 됩니다.(임관 후 만 1년)

보통 인사과에서 중위 진급 1-2개월 전에 어떤 보직을 받을지 알려주거나, 포대장, 전포대장과의 친분을 쌓고 전포대장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나름의 개개인 전략에 맞게 보직을 희망하시면 되는데,
장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전포대장,
단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관측대장군​장교
...를 희망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인생의 고비를 맞을 수도 있는데, 이유는 바로 ​포병대대는 참모를 중위급이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사과장, 교육장교, (정보과장) 자리는 ​당하고야 깨달았지만 단기장교에게는 전역준비의 시간 보장이 안되고, 장기에게는 아무래도 견장을 달아보는 전포대장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보통 ​무난하고 착실하게 포대생활을 잘 하며 전포대장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참모로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해 집니다. 물론 ‘나는 포대를 탈출해야겠다’, ‘병력관리는 내 타입이 아니다’하실 수도 있어 도망치실 수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각오는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겨우 1년간 익숙해진 포대를 떠나 대대급에서 사무직 업무를 본다는건 아마 개인적으로 또다른 도전​시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기장교라면 더더욱 자괴감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참모로서 협조를 위해서는 포대와 협상을 해야하는데... 새삼 포대장 쉴드의 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업무는 내일까진데 세 개 포대의 포대장 모두 자기 포대의 이익을 위해 협조를 잘 안해주기 때문에 결재 5분전 까지 일의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음.)

아무쪼록 ​​개인의 적성과 진급을 생각해서 차후 보직을 잘 준비해두시는 편이 유리합니다. 적어도 진급 6개월 전부터 회식 때마다 어필을 해두는게 좋습니다. 물론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운이 좋게 상급부대 연락장교나 대대FSO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부대 간부 수가 넉넉하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나름 생각하고 썼는데 도움이 좀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건 태도와 예절이라 생각합니다만, 초군반에서 막연히 자대생활을 걱정하며 미래를 걱정하시는 후배 장교님들이 계실까봐 도움이 될까 해서 제 과거 경험들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남은 군생활 잘 보내시고, ​즐길 수 없으면 피하시고 피할 수도 없으면 어떻게든 버티면 끝은 온다는 거에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관련 문서


 

 

#1. OBC 입교 전 도움이 될 생각들

개요 OBC 입교 전 도움이 될만한 생각들에 대해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소위로서 첫 관문인 OBC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면 좋을지, 계획은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다른 동기들보다 OBC 기간을 더

contents.premium.naver.com

 

 

#4. OBC에서 무조건 챙겨가셔야 할 2가지 & 준비하면 좋은 3가지

1. 개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OBC에서 필수적으로 챙겨가셔야 할 2가지 사항들과,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야전으로 가시면 좋을 3가지 사항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필수인 부분은 야전에 가

contents.premium.naver.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