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포병 교육장교 보직을 맡게된 초임 장교분들에게

2019. 3. 8. 23:02초임 포병장교 꿀팁


포병 교육장교 보직을 맡게된 초임 장교분들에게


저는 학군 51기로 현재 예비역 4년차 중위입니다.

강원도 양구 2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했고, 진급에 열정이 많으신(...) 대대장을 모셨습니다.

힘들지 않은 군생활이 어디있겠냐만은, 교육장교의 보직을 맡게된 여러분(특히 단기장교분들)들... 어떤 상황에서는 군생활 최대 고비가 될 수도 있는 일들도 있어, 공유하고 싶은 정보가 많아 이렇게 포스팅을 남깁니다.


​이제 막 부대에 전입, 적응한 교육장교 임무를 부여 받으신 대한민국의 ​포병 소위, 중위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장기복무에 대한 생각은 1도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소위의 패기로 그냥 참고 참고 또 참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참모가 되어 ​또 참고 있었습니다(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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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생활의 시작

군 생활의 첫 보직은 포병에서 흔하디 흔한 관측장교였습니다.

초군반 입교시 1달 내로 부대에서의 보직을 알려주는데, 관측장교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단기 장교로서 꿀테크 중의 하나가 ​관측대장군(군생활 내내 관측장교)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초군반에서 들렸기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는줄 알았지요.

아무쪼록 자대 배치를 받고 별 탈 없이(?) 관측장교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주로 포대에서 전포대장의 행정을 보좌(...) 하거나 관측반 인원 통제 및 소소한 파견들을 다니며 나름 즐겁게 소위 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위로 진급을 하며 전역 후 삶을 구체화 해보려던 중, 교육장교라는 보직을 부여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당시엔 그냥 본부포대로 가는구나 이정도로만 생각하고 별 생각 없었습니다.)

처음엔 뭐 대대인원 모아놓고 교육이나 시키고 그런건 줄 알았는데, 전역하고 돌이켜보니 거짓말 안보태고 ​부대의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냥 노동자


​차후 ​​관측장교 생활에 대한 글도 포스팅​할 기회가 있으면 작성해보겠습니다. ​결국 작성했음



2) 포병 작전과


(포병)대대에는 다양한 과들이 있는데, ​교육장교는 작전과에 속합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인사, 정보, 작전, 군수... 에서 3번째에 속하는 부서입니다.

제가 속했던 부대의 작전과는

1. 작전과장(소령) : 대빵. 이 사람과의 업무 궁합에 따라 상당한 군생활이 좌지우지 됩니다.

2. 작전보좌관(소위~대위) : 작전과장의 오른손. 주로 이 친구를 보며 힘을 많이 냅니다. 동기라면 인사과장과 더불어 소울메이트

3. 교육장교(소위~중위)

4. 교육지원담당관(하사~상사) : 훈련교보재의 취급과 담당

5. 사격제원통제관(하사~중사) : 포사격과 관련된 제원 관리... 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작전과장의 왼손.

6. 그리고 작전병들과 교육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속했던 부대 기준으로 작전과는 다시 세부적으로 2개로 나뉘었는데, 기본적으로 부대의 작계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리얼)​작전과와, 대대의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교육과로 나뉘었습니다. 그 중 저는 교육과의 장이었던 거죠.

교육지원담당관(이하 교지관)은 교육장교 업무의 보좌 및 교범 , 교보재 관리를 하는데, ​눈물나게도 제가 보직을 맡고 있을 때, 교지관의 인사 이동이 많아, 거의 저 혼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3) 인수인계, 부대훈련지시


업무의 시작은 역시 인수인계.

다행히 전임자가 하드를 삭제하고 튀고... 이런 막장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최대한 전임자와의 친분을 유지해야 합니다. 업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친해지는게 최급선무입니다.

보통 ​하루에서 3일 정도의 인수인계 기간이 있는데, 이 때 1년간의 부대사이클에 관련한 세부 업무에 대해 모두 알기는 불가능합니다.

노하우 정도는 사람에게 들을 수 있지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교육훈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부대훈련지시(책)를 반드시 인수인계 받습니다.

사실상 교육과의 성경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세부 업무는 해당년도 ​부대훈련지시(상급부대에서 나눠줌)를 참고하면, FM으로 지식을 알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우선 ​1년의 부대계획의 큰 틀을 알고 당장 다음주, 다음달부터 나에게 닥쳐올 ​시련업무 정도에 대해서 미친듯이 조언을 구한 후 나머지 시간에는 ​​​전임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맺어둠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전임자가 군수과장이 되어 맞은편 사무실로 가게 되었는데, 초반에는 하루에 군수과를 몇 번씩이나 찾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임자가 전역자라 하더라도, 보통 후임자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측은한 마음에 연락하면 잘 알려줍니다.

저의 경우도 6월 전역 후, 당해년도 12월 까지 후임자에게 업무를 계속 알려주었습니다.



4) 기본예절과 성격


군대란 굉장히 수직적인 집단이라, 기본 예절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교문화권인 대한민국에서는 사람의 평판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보통 간부이신 분들은 기본예절이 있으셔서, 딱히 조언드릴 부분이 없지만 그래도 후배님들이 알아두시면 유용한 팁은

힘들고 X같아도 웃으며 일하자

온라인(이메일) 예절을 잘 지키자


정도는 겸비하시면 군생활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격언이 있듯이, 제가 말년에 후임을 맞았을 때,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업무를 좀 못해도 붙임성 있게 다가와주고 하려는 의지가 있는게 보이니 하나라도 더 알려주게 되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술 담배를 안해 사람들하고 사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려웠지만, 피엑스를 적극 이용하여 커피 한 잔 씩 건네며 친해지려 노력하고, 도움도 주고 받고 ​평소에 인사도 열심히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부포대장과의 관계가 원만하면 좋습니다. 교육병은 본부포대에서 데려오기 때문에 본부포대장과의 우호적인 관계에서는 우수한 자원을 교육병으로 데려올 수 있는데, 잘 키워놓으면 정말 일당백의 전력이 되어 군생활을 도와줍니다.

이 외에도 탄약은 병기과의 ​병기관, 통신과의 ​통신소대장, 배차업무를 위한 ​수송관, 병력 협조를 위한 ​​포대장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면 업무에 큰 보탬이 됩니다. ​그냥 대대간부들하고 다 친해야 됨


그리고 이메일 예절은 업무가 주로 컴퓨터로 이루어지기에, 실수하기가 쉬운 부분입니다.

상급자 순으로 보내는 사람에 추가를 하는 부분과,
ex) 제목 : [작전-교육과] 3월 사격계획 전파
받는 사람 : 중령 ㅇㅇㅇ, 소령 ㅇㅇㅇ, 대위 ㅇㅇㅇ ...

(제 기억엔 온나라에서 알아서 정렬이 됐던거 같은데, 후에 추가할 때는 맨 뒤로 갔던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 ㅇㅇㅇ ​올림 부분을 누락이나 올림 대신 ‘드림’으로 상급자에게 보내는 실수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부분에 저는 그닥 상관하지 않았지만, 신경쓰는 선임 간부들도 꽤 많이 계셔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알려주곤 했습니다.

지금은 군대 문화가 많이 바뀌어 없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사회 나와보니 거의 그대로 하더라구요...



​5) 빠르게 해결 못할 것 같은 일은 무조건 질문하자, 상사와의 잦은 피드백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제 성격이 최대한 제 선에서 끝내고 후에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이었는데, 눈 깜빡하면 쌓여가는 업무량에 초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저는 초반에 요령이 없어서, 부대훈련지시 부터 읽어보고 안되면 선임자.. 작전과장.. 순으로 일을 처리했는데 신속하지도 못했고 제 딴엔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빠꾸먹으면 다시 머리 싸매고 찾아가고 빠꾸... 무한 반복...

이렇게 하면 일이 새끼를 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일이 쌓입니다. 초반에 제가 그랬습니다 ㅠㅠ

업무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상급자의 의도를 파악해서 신속하게 산물을 갖다내야 하기 때문에, 잦은 의사소통으로 실수를 줄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특히 한글, PPT 작업이 업무 특성상 많은데, 상급자들은 제 시야에서 보이지 못하는 논리적 결함이나 단순 오타까지 잘 찾아냅니다.

​함께 하는 작업에서는 한 번에 완벽한 산물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6) 거절을 잘해야 한다

제가 또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라 초반에 고생좀 했습니다.

자신의 물리적 시간 한도 내에서 감당 못할 업무라면, 단칼에 거절해야 합니다... 결국 진짜 급한 사람이 우물 파게 되어있습니다.



​7) 타 부대와의 협조업무

​사실상 협조업무의 꽃인 교육장교의 특성상 부대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협조를 해야 합니다. 특히 작계진지 공사로 인해 대체 연병장으로 타부대를 가게 되거나, 부대가 교육훈련으로 인해 비었을 때 인근 부대에서 경계 병력 협조를 받아야할 경우가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짬이 많으신(...) ​​작전과장이나 대대장 선에서 해결해야 금방 해결됩니다. 어차피 다른 부대 교육장교도 권한은 없는건 매한가지이기에 교육장교들끼리는 일의 진전이 없습니다. 실무자의 비애...


​8) 전임자는 어떻게 했나? 옆 부대는 어떻게 했나?

부대훈련지시를 봐도 뭔말인지 모르겠고, 빨리 퇴근해서 치킨을 시켜먹으려면 전임자 찬스를 재빠르게 이용합니다. 전임자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다른 포병대대 교육장교에게서 자료를 악착같이 받아냅니다. 대대장 지시를 받아(이름을 팔아) 자료를 달라고 하면 빨리 줍니다.



​9) 아무튼 시계는 간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점은, 뭔 짓을 해도 결국 시계는 흐른다는 것입니다. ​지구야 공전해 줘서 고마워... 정말 뺑이를 치지 않고 전역날까지 버텼다면, 여러분들은 정말 ​업무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장담합니다.

군대에서 배운거 나가면 쓰지도 못할거 왜 열심히 하나 싶어도 신기한게 다 써먹게 됩니다. 군대에서 업무를 빨리하려고 외운 한글, PPT 단축키부터 연간/주간/일일 계획세우기, 성과분석 등 교육장교 보직을 하셨다면 정말 오만가지 일들을 다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대대장 진급용 자료로 부대 홍보자료부터 사단장님 이취임식 고별영상에 이르기까지 없는 일까지 만들어서 했는데, 사회 나와보니 제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물론 지금은 민간인이지만, 그 때 배운 스킬을 잘 이용해서 카이스트 연구원 생활도 해보고, 지금은 서울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끔 기기 사열 나올때 군대식으로 파일 만들고 정리하니 많이 좋아들 하시더라구요.

아무쪼록, 최전선에서 국방에 종사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리고 특히 포병의 교육장교로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포스팅을 해보았습니다.

한 분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 어디에서든지 다치지 말고 무사 전역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Plus Tip

팁으로 작은
​메모장하고 펜은 항상 휴대하시고 다니는게 좋습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다면 더더욱. 전투복 상의 왼쪽에 항시 휴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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