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썰] 원하는 보직을 얻지 못하신 초임장교님들께.army.ssul

2024. 3. 6. 01:10초임 포병장교 꿀팁

[군대 썰] 원하는 보직을 얻지 못하신 초임장교님들께.army.ssul

 

 

 

 

개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교육장교가 '되버린' 눈물겨운 스토리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포대의 전포대장 내정자에서 참모부 교육장교로 이동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예상치 못한 보직을 받아, 낙담하신 초임장교님들께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내용


저는 포병 관측장교로 소위 시절을 보내던 중, 중위(진) 즈음 전포대장 인수인계를 받기 직전(!!!) 참모부로 급작스레 이동하게 됩니다.

 

포대에 있을 때, 포대장하고 케미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전 당연히(?) 전포대장이 되는 줄 알고 있었지요.

 

포대에 저 말고도 동기 관측장교 둘이 있었는데, 둘 다 멋진 동기들이었지만 포대장하고 케미가 안좋았습니다.

 

그래서 포대장이 절 편애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제가 잘나서라고 하기 보다는, 동기들 모두 각자 재능이 있었고 장점이 서로 달랐지만, 제 장점이 포대장과 가장 시너지를 냈던 것 같습니다.)

 

포대에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 포대 핵심간부 회의 같은게 있었는데, 포대장/전포대장/관측장교 대표 1명(필자)/행정보급관/전사관(전포사격통제관)/3포반장, 이렇게 6명은 주말에도 따로 모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포대장이 저를 좋게 봐주는건 고마웠지만, 저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군 생활에 장기적인 뜻이 없었고, 동기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한지라, 마냥 포대장의 총애를 받는게 좋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사실상 전포대장 내정자가 되었지만(지휘관은 누가 장기한다고 그 사람에게 요직을 주지 않는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포대 동기 둘 다 전포대장을 희망했기에, 제가 전포대장 내정자가 된 후 사이가 약간 서먹해졌습니다.) 본인이 부리기 쉬운, 혹은 본인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사람에게 요직을 줍니다.), 이후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됩니다.

 

옆 포대에, 4개월 정도 먼저 들어온 간부사관 선배 장교가 한 명 있었는데, 초임장교의 군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저희 대대 동기들이 자대로 온 이후로 쭉 괴롭혀온 전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사건의 주요 인물인데, 결국 저를 참모부(작전과 교육장교)로 보내버린 원흉(...)이 됩니다. 개자쉭

 

그 간부사관 선배 장교(선임 관측장교)는 후배 장교가 보일 때마다 되도 않는 꼬투리를 잡고 다녔는데, 저야 옆 포대라 슬슬 눈치보면서 도망다니면 됐었지만, 해당 포대의 동기 두 명(둘 다 관측장교)은 그 간부사관 선배장교의 모든 부조리를 온 몸으로 받아냈습니다.

 

정말 악독한 건, 모두가 있을 때엔 세상 쿨하고 나이스한 성격이지만, 포대에 자기보다 선임인 장교(포대장과 전포대장)가 없어지면, 악마도 한 수 접고들어갈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이중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랬기에 그 포대의 동기들은 자연스레 포대 탈출을 위해, 참모부를 일찌감치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의 동기가 필사적인 노력으로 대대장과 작전과장의 신임을 얻어, 교육장교 내정자가 되었습니다. 그 포대의 동기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줄 알기에, 다른 동기들도 고통받는 동기가 희망하는 그 보직엔 일절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졌죠.

 

교육장교 내정자가 된 동기가, 이제 포대를 떠나 참모부로 내려가기 전, 그 포대 사람들은 그 동기의 환송회를 해주기 위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시기는 사단장이 강조한 간부 금주기간인 주였습니다.

 

슬슬 감이 오시죠?

 

교육장교 내정자가 된 동기는 술기운이 올라와, 간부사관 선배와 말다툼을 하게 됩니다.

 

간부사관 선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세상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교육장교 내정자 동기의 말에 "허허~ 이 친구 많이 취했구만!"이라며 적당히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만취한 동기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기도 했고, 간부사관 선배의 이중적인 모습(세상 털털한 모습)에 순간 정신이 나가버려 간부사관 선배 얼굴에 '선빵'날리고 맙니다.

 

얼마나 세게 쳤던지, 코뼈가 골절되고 간부사관 선배는 기절하여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만취한 동기 별명이 원펀맨이 되었다는...)

 

동기들 사이에선 정의의 주먹, 행동하는 양심으로 속이 다 시원했지만, 대대에선 큰일이 났죠.

 

대대장은 진급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신 분이라, 이 사건을 묻어야만 했습니다.

 

간부사관 선배는 형사소송을 바로 준비했지만, 대대장과의 빅 딜(big deal) 후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교육장교 내정자였던 동기는 단기 복무 희망자였지만, 전역 후 공무원에 뜻이 있어, 군대에서의 전과가 중요했기에, 간부사관 선배에게 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줬습니다.

 

정확한 합의금은 모르지만 간부사관 선배가 합의금을 받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차 한 대를 뽑았으니 적지 않은 금액을 물어준 것 같습니다.

 

의외로 당사자들 간에는 깔끔하게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문제는 간부사관 선배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용사들 사이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얼굴에 멍이 들었으니, 이건 필히 '맞짱'이다라고 대대에 소문이 돌더군요.

 

그리고 한 익명의 정의로운(?) 병사가, 사단 인사처에 전화를 겁니다.

 

간부 금주기간인데 부대 간부 몇 명이 술먹고 사고친거 같다고 조사좀 해달라고.

 

대대장에게 천운이 있다고 느낀게, 일단 그 신고한 병사가 헌병대에 연락을 안한 것, 그리고 신고한 병사가 사단 인사처에 전화를 걸었던 그 날 그 시간 사단 간부회의가 있었는데, 저의 부대 주임원사가 그 날 사단 인사처에 일이 있어서 방문했다가 인사과에 아무도 없고, VOIP 전화기 발신자가 우리부대 번호이길래 그 신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부대 주임원사가 사단 주임원사 내정자여서 사단에 간간히 방문했다고 함)

 

그리고 저희 부대 주임원사는 전화를 받자마자 이거 내버려두면 곪아 터지겠다 싶어서, 사단에서 처리한다고 임기응변으로 대답한 뒤,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대대장에게 사건 당사자 둘을 찢어놔야 한다고 건의를 하게 됩니다.

 

대대장도 가만 보니 본인 부임기간 동안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 분명 사건이 또 터질 수 있으니 당사자 둘 중 하나를 다른 부대로 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때마침 같은 포병연대 다른 대대에서 마음의 편지에 긁힌 동기 한 명이 나타나게 되었고, 연대 차원에서 제 원펀맨 동기와 마음에 편지에 긁힌 다른 부대 동기를 교환하게 됩니다.

 

연대 차원에서도 순조롭게 일이 진행 되었는데, 사단 금주기간에 사고가 난 거라(사단장이 금주를 매우 강조한 기간이었음) 연대장도 어떻게 해서든 사단에서 모르게 덮어야 했고, 마음의 편지에 긁힌 간부(용사 구타, 폭행)는 타 부대로 전출까지 보낼 수 있음을 시범타 케이스로 보여줄 명분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교육장교 내정자였던 제 동기는 타 부대로 전출을 갔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교육장교는 누가되느냐? 문제가 남았습니다.

 

저는 전포대장 내정자였기에, 이거 팝콘각이구나 싶었죠.

 

교육장교 이거 포병 초임장교 3대 자살 보직(작전보좌관, 인사과장(인사장교), 교육장교) 중 하나인데 어떤 동기가 되려나...ㅋㅋㅋ

 

그렇게 교육장교에 관한 주말에 지휘관 회의를 거치고, 월요일에 출근을 했는데 이게 왠걸?

 

포대장이 X 씹은 표정으로 저보고 지금 바로 작전과로 내려가랍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려갔는데, 작전과장이 오늘부터 교육장교라며 교육과(저희 부대는 교육과 사무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훗날 이 곳이 제가 대대 상담관으로 활약한 대대 상담소가 됩니다...대대 에피소드 저수지)로 가랍니다.

 

그렇게 교육장교가 '되버렸'습니다.

 

아니 근데, 다른 관측 대장군(관측장교를 1년 이상 하는 경우를 말함)들도 많은데, 왜 제가 교육장교가 된거냐고 물어봤습니다.

 

물어보니, 관측장교 TSFO 훈련 성적하고, 참모과장 공백이 생겼을 때 제가 대리임무를 수행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 대대장, 작전과장의 눈에 들었나 봅니다.

 

포대장은 대대장에게 제가 전포대장 내정자라 다른 동기를 추천했지만, 대대장은 '포대일은 내 알 바 아니고(포대장이 알아서 잘 돌려라), 나는 대대만 문제 없이 잘 돌아가게 하면 됨.' 마인드라 제가 착출(?)된 것이죠.

 

제가 잘나서, 일을 잘해서 였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아마 군말 안하고 잘 참고 임무수행 하기에 지휘관이 눈여겨 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재상 : 까라면 까)

 

이런거보면, 보직은 내 희망과 능력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 듯 합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운적인 요소가 반드시 존재 합니다.

 

그리고 지휘관은 본인 진급에 거슬리지 않는 사람(그리고 도움이 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힙니다.

 

그러니 어떤 보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본인이 인사권자에게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를 반드시 생각해두셔야 합니다.

 

"저 장기 희망하는데, 장기에 유리한 보직을 희망합니다."로는 살짝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저 장기 희망하는데, 저의 ~~ 이런 능력이 ~~ 보직에 가게 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대대장님의 진급을 위해 전력투구하겠습니다. 저도 많이 끌어주십시오!" 쪽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성경에도, 받으려거든 먼저 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1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12 (KRV)

 

 

시작은 마음에 들지 않는 보직일지라도, Win - Win 관계 비즈니스를 만들어간다는 마인드를 가지면서, 요직으로 이동할 확률을 높여보시길 바랍니다.

 

한직으로 시작하는 건 괜찮습니다. 한직으로 밀려나는게 고민이 될 뿐이죠.

 

포대장실에 늘 걸려있던 문구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盡人事)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린다(待天命)

 

 

 

 

 

결론


- 초임장교의 커리어를 신경써주는 지휘관은 없다. (대다수 본인 진급이 우선임)

 

- 지휘관이 어떤 자리에 누구를 앉힌다는 건, 그 자리에서 사고 안치고 일을 똑바로 수행하여, 본인의 진급에 도움이 될만한 & 내 진급에 방해가 안되는 사람을 기용한다는 뜻이다.

 

- 강하게 자기 의사를 어필한다고 해도, 그 보직으로 가게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 자신의 의사(희망 보직)가 꺾이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만 탓하지 말 것. 여러분이 통제하지 못할 운적인 요소도 있다.

 

- 한직으로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한직으로 밀려나는건 문제가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