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후기] 위내시경 후기 및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경험담.hardtime

2020. 12. 2. 22:47경험담·여행기·후기

[경험&후기] 위내시경 후기 및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경험담.hardtime

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건강검진타임
나이를 계란 한 판 먹으니 불현듯 일생 위내시경 한 번 안받아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함
위내시경 종류는 수면/비수면이 있는데, 마취 후 못깨어날까봐(...) 비수면을 선택
하지만 비수면 후기를 서너개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수면으로 빠른 체인지

수면 위내시경 그냥커피


오랜 기다림 끝에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내시경실로 입장
약 두개를 주는데 쭉 빨아먹는 약하고 가스를 제거하는 약이란다.
식감은 아주 끈적한게 몇 년 묵은 콧물을 삼킨 느낌
그렇게 약을 먹고, 또 기다리다 보면... 간호사저승사자의 호명하에 긴장되는 순간 병실침상으로 입장
내시경 천번은 넘게 해보셨을 노련해 보이는 간호사 분께서 자연스럽게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는 기구를 채워주심
침상위에 옆으로 누우라는 지시와 함께 플라스틱 고무관 같은게 입에 들어옴
'숨을 깊게 들이쉬세요!'
'숨을 깊게 ...'
(필름 끊김)
...
?!
의식이 돌아오며 잠에서 깸
깊은 꿀잠 후 일어난 느낌이 들려는 찰나에 마취약 기운이 아직 남아있다는걸 느끼고 소파에 가서 털썩 주저앉음
그렇게 긴장되었던 첫 위내시경 종료! 별거 없구만 우핫핫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TOP


한 달 후 쯤 건강검진 결과가 날라옴.
헬리코박터균 : "ㅎㅇㅎㅇ"
'음 뭐지. 야쿠르트 열심히 먹으면 되는 뭐 그런건가.' 응 아니야~
건강검진 받았던 병원 내과 내원.

의느님 : "십이지장 궤양이 있으시네요... 조직검사 결과 헬리코박터 양성이시구요, 제균치료 들어갈거에요. 2주간 항생제 드시면 되고,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제균 성공률은 70% 됩니다."
뭐 약좀 먹으면 되겠지, 인근 약국에서 약 처방 받음
염소똥만한 알약 4개(항생제 등)와 함께 위산분비 줄여주는 약, 궤양완화 개선하는 쭉쭉 빨아먹는 약 처방 받음
'하... 약 더럽게 많네, 빨리 먹고 끝내버려야 겠다.'
그 때만해도 내가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첫째날 복용
알약을 잘 못삼켜서 두 번에 걸쳐서 나누어 삼킴.
무조건 식후에 먹으라고 했는데, 밥을 배부르게 먹었더니 물 두 잔 마시기가 왜이렇게 힘든지...
어찌저찌해서 약 복용. 처방전에 같이 섭취하면 좋은 것들에 비타민, 유산균, 철분 등이 있어서 종합비타민, 유산균도 같이 먹음.
30분 후부터 뭔가 쓴 맛이 계속 올라옴. 화장실은 안갔음.
매일 마시던 커피는 약 복용기간 안먹기로 함.
식단으로 전자렌지로 데워먹는 죽 2주치를 주문함

둘째날 복용
알약 먹는거 여전히 힘듦. 두 번에 나눠서 복용. 종합비타민, 유산균도 같이 먹음.
배가 뭔가 꿀렁꿀렁한게 조만간 신호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장이 요동침.
장염 걸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쭉쭉 비워냄.

셋째날 복용
군대에서 전역 카운트 세던게 생각나서 달력에 X표를 치기 시작함.
그저께, 어제 X 두개 치는데 소소하게 즐거웠음
약도 약간 체념하고 먹으니 잘 넘어감.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함.
화장실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생활함

넷째날 복용
약 먹은 날부터 삼계죽 2주치를 사서 먹기 시작했는데, 슬슬 물린다는 느낌이 듦
화장실에서 결과물을 볼 때마다, 장에서 살고 있던 유산균들이 죽어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듦 전우의 시체

다섯째날 복용
불현듯 '장에 있는 유산균도 죽는건 안타깝지만, 몸에 있는 유해 세균도 같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됨. 정신승리
약에 취한건지 플라시보 효과인지 모르겠는데, 두피에 지루성 피부염이 있었는데 두피가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섯번째날 복용
약 쓴물이 너무 괴로워서 물 대신 오렌지 주스로 알약을 삼키기 시작.
확실히 물 대신 주스를 마시니 꿀꺽꿀꺽 잘 넘어감.
비타민C도 있으니깐 좋겠지 ㅋㅋ

일곱번째날 복용
와... 오늘만 먹으면 50%다... 미쳤다... 내 자신이 대견하다.
약 다 먹고 X표 그릴 생각에 싱글벙글.
내 몸이 약에 적응해 버렸나? 화장실 결과물이 액체 쪽에서 고체 쪽으로 변해가는 느낌적인 느낌

여덟번째날 복용
그럭저럭 고체 느낌의 변을 보기 시작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는 않았겠지... 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꾸준히 약 복용

아홉번째날 복용
항생제랑 같이 들어있는 수면약이 오늘 따라 졸리다.
커피 한 잔이 오늘 따라 너무 그립다.
의사가 커피 마시지 말라는 말은 안했다만은... 위가 쓰려서 먹을 엄두가 안난다.

열번째날 복용
드디어 복용일 한 자리 수를 넘겼구나.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낌.
삼계죽 식사 후 플레인 요거트에 그래놀라까지 뿌려먹기 시작.
기껏 유산균 먹어봐야 항생제 때문에 죽는데 제로섬 게임이 아닌가 싶지만 일단 맛있어서 먹음

열한번째날 복용
쓴 물이 올라올 때마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다 보니, 오렌지 주스 매니아가 됨
용변보는 횟수가 1회로 줄었고, 무엇보다 정상적인 변이 나오기 시작 오오 대박

열두번째날 복용
평소와 같이 약 복용하였고, 쓴맛이 계속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만 빼면 항생제를 복용하기 전과 같아짐

열세번째날 복용
평소와 같은 약 복용. 예전에 비해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 들음.
복용 후 한시간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심. 아아~ 사막의 오아시스 ㅠㅠ
몸에 이상 없음. 변도 정상적임.

열네번째날 복용 전역일
대망의 마지막날. 볼펜으로 왕대문자만한 X를 달력에 시원하게 갈김. 야호~
거침없이 약봉지를 뜯고 오렌지 주스 & 종합비타민 & 유산균과 함께 항생제 복용.
처방전과 약봉지 등 쓰레기를 시원하게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림



헬리코박터 재검 (호기검사)


항생제 복용이 끝난 후 몇 주 후 재검을 위한 내원.
매우 다행스럽게(!!!) 내시경은 아니고, '후~' 불면 끝나는 검사.
검사 전 방사성 표지가 된 Urea를 섭취하고 20분 후 숨을 길~~게 더요~ 더~ 길게~~ 내뱉으면 종료.
헬리코박터균이 Urea를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것을 이용한 원리로 보인다.
만약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방사성 표지가된 이산화탄소가 검출되어 30% 확률에 당첨(...) 그리고 항생제...
결과는 일주일 후 나온다고 했고, '일주일 후의 일은 일주일 후에 걱정하자~'는 마인드로 집으로 감.
그리고 일주일 내내 신경쓰여서 무한도전 재방보면서 시간을 때움


호기검사 결과일 (호기검사 7일 후)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 방문.
피곤에 찌든 의느님 : "검사 결과... 어디 보자... 선생님 제균 되셨구요 (아싸) 위산분비 줄여주는 약만 한 달 드시면 됩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약 처방받고, 컴터 앞에 앉아 후기를 마무리!
"헬리코박터 안녕~ 두번 다신 보지 말자 ㅂㅂ"


혹시 재발할까봐 헬리코박터균에 좋은 식품들을 포스팅 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신경써서 먹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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